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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오 크뢰거' 도서 줄거리, 작가 토마스 만의 고뇌, 갈등, 상처

by 큰달이 2024.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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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줄거리와 감상평을 남겨 볼 작품은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입니다. 1903년에 발표된 토니오 크뢰거는 작가의 내적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시민의 자아와 감성적인 예술가로서의 자아가 끝까지 병행하며 충돌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죠. 아마도 예술가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내적인 갈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토마스 만의 작품들은 등장인물이 극한에 이른 사유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토니오 크뢰거

토니오 크뢰거 줄거리

토니오 크뢰거는 덴마크와 인접한 독일 북부의 한 도시에 살고 있는 소년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영사라는 고위 공무원이자 사업가였습니다. 전형적인 독일인인 아버지와 달리 그의 어머니는 라틴아메리카 출신의 자유분방한 여성이었고, 토니오라는 이름도 라틴계 국가에서 많이 쓰는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0대 초반의 토니오 크뢰거에게는 한스 한젠이라는 이름의 절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토니오는 한스를 많이 좋아하면서 의지하고 있었습니다. 한스 역시 토니오를 아꼈습니다. 그러나 토니오에게 한스가 거의 유일한 친구였던 것과 달리, 인기가 많은 한스에게는 많은 친구들이 있어서 토니오는 이를 질투하기도 합니다. 토니오는 순혈 독일인이 아닌 혼혈이기 때문에 혼란을 겪고 있었고, 자신이 문학을 좋아하는 것 또한 혼혈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니오가 보기에 북부 독일인들은 감상적인 예술가적 기질보다는 냉정한 시민적 기질이 강했기 때문에 스스로를 이질적으로 느끼게 된 겁니다. 그는 한스에게 프리드리히 실러의 유명한 희곡 '돈 카를로스'를 읽어보라고 권하면서도 한스가 이를 읽을 것인지 의문을 가지기도 합니다. 몇 년 후 10대 후반에 접어든 토니오는 금발의 잉에보르크 홀림이라는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깁니다. 토니오는 상류층 자제들을 모아 춤을 가르치는 자리에서 잉에보르크에게 흠뻑 빠지게 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수를 연발해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인기 많은 소녀였던 잉에보르크에게는 토니오가 안중에도 없었고, 토니오의 짝사랑은 허무하게 끝나고 말죠. 시간이 흘러 토니오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고, 그의 어머니는 한 음악가와 재혼을 해 독일을 떠나 먼 남쪽 나라로 이주해 버립니다. 가세가 기울면서 저택도 팔아버리게 된 토니오는 고향 도시를 떠나 이곳저곳을 떠돌며 살게 됩니다. 토니오는 남부 독일의 뮌헨에 정착해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곳에서 미술학도인 리자베타 이바노브나라는 여자를 만나 친구가 되죠. 어느 날 그는 리자베타의 작업실에 방문해 예술가와 시민에 대해서 늘 가지고 있던 고민과 생각을 폭포수처럼 쏟아놓습니다. 토니오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냉정한 시민적 기질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감상적인 예술가적 기질에 대해 불만과 두려움을 토로하는 토니오의 말을 들은 리자베타는 그를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고 정의합니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토니오는 그해 가을에 북쪽으로 여행을 떠나고, 13년 만에 자신의 고향 도시를 방문합니다. 시간이 흘러 도착한 고향은 어린 시절과 달리 각지고 좁아 보입니다. 토니오는 어릴 적 자신의 예술가적 기질을 게으르다며 나무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토니오는 이미 예전에 매각해 지금은 공공도서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집을 찾아가 추억에 잠기고, 고향을 떠나 더 북쪽인 덴마크의 코펜하겐으로 가려합니다. 그런데 호텔 주인 제하제가 호텔을 떠나려는 그를 부르는데, 알고 보니 한 경찰관이 토니오를 지명수배자로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토니오는 신분을 증명할 서류를 지니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곤경에 처할 뻔하지만 다행히 자신이 쓴 글의 원고를 보여줘 겨우 자신의 신분을 증명합니다. 토니오는 거친 북해의 파도를 헤치고 덴마크에 도착하지만, 코펜하겐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를 견디지 못합니다. 금세 그곳을 떠나 북쪽으로 여행을 계속합니다. 올스고르라는 휴양도시에 자리를 잡은 토니오는 어느 날 아침 묵고 있는 호텔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알고 보니 여행객 무리가 찾아온 것이었고, 그날 저녁에 무도회를 벌인다는 것이었습니다. 토니오는 여행객 무리 중 연인이 된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습니다. 그날 오후 내내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옵니다. 마침 무도회가 시작이 되었고, 토니오의 눈에는 오로지 한스와 잉에보르크만이 들어옵니다. 그는 옛 생각에 잠기며 여전히 그들을 동경하고 있음을 깨닫고 자신을 밝히지 않은 채 떠나버립니다. 얼마 후 토니오는 자신의 내면 속 이중적 성향을 받아들이게 되고, 그 깨달음을 편지에 담아 리자베타에게 전합니다.

작가 토마스 만의 고뇌

주인공인 토니오 크뢰거는 작가 토마스 만의 현신으로 해석할 수 있을 정도로 작가 자신과 많이 닮아있는 캐릭터입니다. 작가 자신도 토니오 크뢰거처럼 북부 독일에서 태어나 자랐고, 문학과 예술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따라서 소설 속 토니오가 겪는 갈등은 토마스 만이라는 독일 문학의 거장이 평생 가지고 있던 고민을 대변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크뢰거라는 성과 토니오라는 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크뢰거는 북유럽식 이름이고 토니오는 남유럽식 이름입니다. 그가 이런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북부 독일 태생의 아버지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의 어머니와 결혼하여 태어난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작품 속에서 북유럽은 엄격한 규율과 냉정한 이성이 지배하는 곳, 남유럽은 자유분방함과 열정적인 감성이 지배적인 곳입니다. 그러므로 토니오 크뢰거라는 이름은 그 자체로 그가 가지고 있는 이중적인 성품과 특성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작품 속에서 토니오 크뢰거는 내면의 욕망에 따라 예술가, 문학가로서의 길을 걷지만 끝없이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죠. 토니오로서는 괜찮지만 크뢰거로서의 그는 예술가가 아니라, 냉정한 이성을 가진 시민으로서 살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토니오의 이런 고민을 본 리자베타는 그에 대해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고 평가합니다. 리자베타는 주인공의 본질은 결국 시민인데, 길을 잘못 들어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본 겁니다. 이는 주인공의 성이 크뢰거라는 점, 북부 독일의 문화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죠. 작가 토마스 만은 독일 문학의 거장이 되었지만, 차가운 이성을 가진 시민으로서의 자아가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갈등 정리

이 작품은 작가의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가 이를 어떻게 정리하고 대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게도 해줍니다. 주인공 토니오 크뢰거는 리자베타로부터 길을 잘못 든 시민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후 긴 침묵 끝에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에 나서죠. 그가 택한 곳은 자신의 고향 북부 독일이었고, 더 나아가서 북해에 면한 덴마크였습니다. 이는 자신을 괴롭히는 시민적인 요소에 극한까지 닿아보려는 노력을 상징합니다. 그 여행을 통해서 토니오는 자신의 고향집을 방문하고, 나중에는 어릴 적 동경의 대상이었던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의 고향집은 진작에 매각되어 공공도서관이 되어 있었고, 한때 동경의 대상이었던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결국 토니오는 자신이 알고 있던 과거가 자신의 시민적인 배경이 완전히 뒤바뀐 현재를 마주하게 된 것인데,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을 겁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시민적인 모습은 아무것도 아니며, 이를 완전히 내버리고 예술가적 기질만을 따른다는 결론을 낼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있는 시민적 기질, 예술가적 기질 모두를 인정합니다. 두 가지 기질이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상호 보완적인 것이라는 깨달음을 얻는 겁니다. 토니오 크뢰거는 이를 시민적인 사랑이라고 명명하면서 자신의 깨달음을 편지를 통해 리자베타에게 전합니다. 결국 작가 토마스 만이 후세에 널리 이름을 남긴 대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기 자신에게 있는 냉정한 시민적인 기질을 인정하고 이를 활용했기 때문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그의 작품들이 철학적이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를 알 것도 같은데, 그의 작품에는 시민적인 것이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만은 컴플렉스로 여겼던 것을 자신만의 특징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위대한 작가, 위대한 인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싶습니다.

토니오가 받은 상처

한스와 잉에보르크가 상징하는 것과는 별개로 토니오가 두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에 대해서 생각해 볼 만한 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스는 토니오가 어릴 때 무척이나 존경하던 친구입니다. 내성적인 토니오와는 달리 외향적이고 친구도 많은 성격이었죠. 또한 한스는 자신만 바라보며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 자체를 질투하는 토니를 품어줄 정도로 따뜻한 소년이었습니다. 잉에보르크는 사춘기에 접어든 토니오가 처음으로 이성적인 사랑을 느꼈던 대상입니다. 그녀 역시 남자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죠. 그런 그녀에게 토니오 크뢰거는 안중에도 없었고, 토니오의 첫사랑은 상처만 남긴 채 허망하게 끝나버립니다. 나중에 토니오는 한스와 잉에보르크가 연인 사이가 된 것을 알고 그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한 채 쓸쓸히 발걸음을 돌립니다. 이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토니오가 한스와 잉에보르크를 아끼고 사랑했었다는 점에서 비롯됩니다. 하지만 한스가 토니를 사랑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약했고, 잉에보르크는 아예 토니오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었죠. 결론적으로 토니오가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컸기 때문에 그 불일치에서 아픔이 발생했던 겁니다. 작가 토마스 만은 사랑의 크기가 불일치하는 경우 그 크기가 더 큰 편이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행복한 일이지만, 때로는 그것이 고통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 이 작품의 주인공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까지 토니오 크뢰거 도서 줄거리와 감상평이었습니다. 작가의 고뇌가 담긴 작품인데, 저 또한 제 상황에 이입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