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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 도서 줄거리, 미르코와 B박사, 프로와 애호가, 결핍이 만든 풍성함

by 큰달이 2024. 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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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감상해 볼 소설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입니다. 1881년에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태어난 슈테판 츠바이크는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적 재능을 보인 그는 학창 시절에 이미 시를 쓸 정도였죠. 대학에서도 독일 문학과 프랑스 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정통파 작가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시, 평론, 전기 등 대부분의 문학 장르에서 명성을 얻었는데요. 특히 20세기 3대 전기 작가라는 평가도 받습니다. 1935년에 미 대륙으로 망명했지만, 얼마 후 아내와 함께 삶을 마감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체스 이야기는 브라질 망명 시절에 집필한 작품입니다. 그가 사망하고 1년 후인 1943년에 발표되었죠. 체스라는 소재를 통해서 냉정한 승부의 세계를 보여주는 한편, 당시 독일의 만행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그다지 길지 않은 분량인 데다가 쉽고 재미있어서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체스 이야기

체스 이야기 줄거리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나'라는 일인칭으로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주인공은 미국 뉴욕에서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여객선을 타게 되는데, 거기서 한 유명 인사를 목격합니다. 그 유명 인사는 미르코 첸토비츠라는 약관의 체스 세계 챔피언이었습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면서 체스 순회 경기를 하는 중이었죠. 그런데 이 미르코의 특이한 점은 압도적인 체스 실력과는 달리, 말을 하거나 글을 읽는데 어눌했다는 겁니다. 미르코는 남슬라브계 도나우 뱃사공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어느 날 우연히 체스를 접하게 된 이후로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해 세계 챔피언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었죠. 체스를 접한 뒤 6개월 만에 대단한 기량을 갖추게 된 그였지만, 특이하게도 머릿속으로 체스 경기를 상상하지 못하고 실물을 앞에 둬야만 경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르코를 두고 격론을 펼쳤지만, 그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가졌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미르코와 같은 배를 타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호기심을 가지고 그에게 접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미르코는 지나치게 내성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그에게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주인공은 체스로 미르코를 유인해 보기로 합니다. 주인공은 미르코가 출몰하는 흡연실에 앉아 체스판을 깔고 기다리는데, 미르코 대신 체스를 좋아하는 다른 사람들이 달라붙게 됩니다. 그들 중 승부욕이 강한 스코틀랜드 출신의 매코너라는 사람과 체스를 두게 되고, 이것이 슬슬 미르코의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매코너는 미르코가 체스 세계 챔피언인 것을 알자, 많은 대전료를 지불하고 자신들과 일대 다수로 경기를 하자고 제안합니다. 미르코가 그 제안을 받아들여 경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주인공과 매코너 등이 아무리 머리를 맞대도 미르코 한 사람의 수를 당해내기 어려웠고, 경기는 완패로 끝나고 맙니다. 하지만 승부욕이 발동한 매코너는 계속 대국을 청했고, 경기를 벌이는 와중에 처음 보는 한 신사가 나타나 훈수를 두기 시작하는데 하나같이 묘수였습니다. 이를 통해 미르코마저도 조금씩 흔들리게 되고, 마침내 무승부까지 몰고 가는 것에 성공하죠. 매코너는 세 번째 대국을 청하면서 이번엔 그 미지의 신사와 미르코의 1대 1 대결을 제안합니다. 미르코 또한 흥미가 생겨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 신사는 화들짝 놀라 이를 거절하고 사라집니다. 주인공은 신사를 설득하려고 찾아갔다가, 그의 옛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는 자신을 자신을 B박사라고 소개합니다. B박사는 오스트리아의 명망 높은 가문 출신으로, 집안 대대로 법무사 활동을 한 집안의 후손이었습니다. 그들 집안은 오스트리아 고관대작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을 했는데, 히틀러가 오스트리아를 합병하고 그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B박사를 구금했었다는 것이었죠. 그들은 그를 고문하기보다는 아무것도 없는 호텔방에 가두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막았는데, B박사는 그것이 너무나 괴로웠다고 말합니다. B박사는 때때로 불려 가 심문을 받고 돌아오곤 했는데, 어느 날 심문실에서 한 책을 발견하고 몰래 방으로 가져왔습니다. 그 책은 다름 아닌 체스 교본이었습니다. 그는 세계 챔피언들의 대국을 설명해 둔 교본을 마치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흡수했고, 그날 이후 밤낮으로 머릿속에서 체스 대국을 벌이죠. 고립된 상황에서 머릿속 대국을 반복하며, 그는 체스 고수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체스에 대한 광기가 위험 수위에 이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자신도 모르는 새 자해를 하는 바람에 구금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죠. 주인공은 체스에 대한 자신의 광기를 걱정하는 B박사를 설득해 미르코와의 대전을 성사시키고, 첫 대결은 B박사의 승리로 끝납니다. 미르코의 요청으로 두 번째 대결이 벌어지는데, 체스에 대한 B박사의 광기가 시작되면서 행마를 잘못 읽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이를 본 주인공은 그를 설득해 대국을 중단시킵니다. B박사는 다시는 체스를 두지 않겠다며 서둘러 빠져나가고, 미르코는 그가 애호가치고는 대단한 기량을 가졌다며 혀를 내두릅니다.

미르코와 B박사의 차이

이제 이 작품의 감상평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미르코와 b박사의 차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제목에 걸맞게 체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간략하게 줄이자면 세계 챔피언 미르코가 B박사라는 숨은 고수를 만나 대국을 펼치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 모두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지만, 각자 체스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상반된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르코의 경우에는 체스 이외의 영역에서는 다소 지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읽기나 말하기 같은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에서조차 어려움을 겪죠. 그 연장선상에서 그는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전혀 하지 못하고, 반드시 눈앞에 체스판이 있어야 체스를 둘 수 있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반면에 B박사는 체스를 익히는 과정에서 미르코와는 정반대로 체스판이 없는 상태에서 머릿속으로만 시뮬레이션을 해야 했습니다. 그는 감금되어 있는 시간부터 그 이후까지 마치 AI가 딥 러닝을 하듯이 머릿속 시뮬레이션을 계속한 것입니다. B박사는 머릿속에서만 체스를 둔 탓에 오히려 실제 체스판을 두고 실전을 펼칠 수 있을지 걱정하게 됩니다. 이처럼 절정의 실력을 가진 두 체스 고수는 주인공과 매코너로 인해 마침내 맞붙게 되었는데, 결과는 B박사의 1승 1 무승부였습니다. 결과를 봤을 때 B박사의 승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는 체스에서 차지하는 정신적인 부분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대단한 기량을 가졌지만 저마다의 약점을 지니고 있는 두 사람의 체스 이야기는 분명 이 소설의 재미 요소인 것 같습니다.

프로와 애호가의 차이

다음으로 프로와 애호가의 차이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서 이 소설의 두 축이라고 할 수 있는 B박사와 미르코 두 사람을 비교해 봤는데, 이번에는 두 사람과 주인공을 비교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인공 역시 체스 애호가였기 때문에 체스 세계 챔피언과 같은 배를 탔다는 사실에 흥미를 가집니다. 이것 때문에 이야기가 만들어지죠. 주인공과 B박사, 미르코까지 세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체스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과 다른 두 사람 사이에는 상당히 본질적이고 큰 차이점이 발견됐는데, 바로 승부욕의 유무입니다. 주인공은 평생 체스를 즐기고 좋아했지만, 결코 승부에 집착하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사람은 체스 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통해서 경기 과정 그 자체는 물론이고, 승패도 대단히 중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첫 대결을 B박사에게 패배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다음 대결을 요청하는 미르코나, 두 번째 대결에서 이성을 잃을 정도로 몰입하는 B박사에게서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차이에서 프로와 애호가가 갈리게 된다고 볼 수 있는데, 둘의 차이는 실력보다는 승패에 보이는 강한 집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B박사가 두 번째 대결에서 승부를 포기하고 떠났을 때 미르코가 한 말의 의미를 알 것도 같습니다. "공격하는 방식이 그다지 나쁘지 않던데요. 그 신사 양반, 딜레탕트(애호가) 치고는 비상한 재능을 가졌던 걸요."라는 말입니다. 첫 번째 대결을 졌음에도 상대를 애호가라고 취급하는 미르코의 말은 허세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승패를 가리는 것을 포기한 B박사는 결국 애호가일 뿐이라는 의미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체능을 직업으로 삼는 프로들은 흔히 프로가 되면 즐겁지 않다는 말을 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냉혹한 승패의 세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프로와 애호가의 차이가 어디서 비롯되는지를 확인하게 되죠.

결핍이 만든 풍성함

마지막으로 어느 하나의 결핍이 풍성함의 비결이 되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계속 B박사와 미르코의 차이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는 두 사람의 공통점을 통해서 생각할 거리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사람이 뛰어난 체스 실력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장애 요소 때문입니다. B박사는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는 호텔에 갇히게 되면서 모든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차단됩니다. 그러면서 그는 끝없는 체스 딥 러닝을 시작하게 되고, 마침내 체스 세계 챔피언을 꺾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미르코는 선천적인 언어 능력 문제가 있었습니다. 기초적인 읽기, 말하기조차도 어려워할 정도였죠. 하지만 그의 두뇌는 언어 능력 대신에 체스에 필요한 영역을 활성화시켰고, 명실상부한 공식적인 세계 챔피언의 자리에 오릅니다.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을 통해서 독자들은 한 인간에게 주어진 장애 요소나 결핍이 도리어 좋은 자극이 되어 다른 영역에서의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음을 보게 되죠. 실제로 천재적 재능은 모든 것을 갖춘 사람이 아니라, 무언가 부족한 부분이 있는 사람에게서 왕왕 발견되곤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극도로 창의성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들이 외부의 자극을 끊거나, 스스로 고립시키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체스 이야기 리뷰였습니다. 생각보다 재밌고 쉽게 읽은 소설입니다.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