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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조서' 작가 르 클레지오, 줄거리, 독후감

by 큰달이 2024. 1.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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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

'조서'는 작가 르 클레지오가 23살에 발표한 데뷔작입니다. 작가는 이 소설로 불어권 최고 문학상으로 꼽히는 공쿠르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소설은 분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읽기 쉬워 보이지만, 사실 완독하기 쉬운 편은 아닙니다. 아담 폴로라는 주인공의 내면의 심리를 추적해 나가는 내용인데, 서사가 뒤죽박죽인 데다 내면의 심리 또한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신문 기사를 오려다 붙인 듯한 편집 방식 등은 지금 봐도 신선하게 보일 정도입니다. 책의 내용은 뒷부분에서 보다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서

작가 르 클레지오

르 클레지오는 1940년 프랑스 니스에서 태어났으며, '이 시대 가장 아름답고 완벽한 불어를 구사하는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2008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르 클레지오는 불어를 구사하는 작가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오랜 시간 동안 모리셔스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그 자신 역시 전 세계를 누비는 여행자로서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르 클레지오는 우리나라와도 적잖은 인연을 맺고 있는데요. 2007년에서 2008년까지 이화여대에서 불어와 불문학을 가르치기도 했고, 한국 문화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갖춘 작가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좀처럼 읽기 쉽지 않은 '삼국유사'를 읽기도 했다고 합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소설 '빛나'와 제주를 배경으로 한 소설 '폭풍우'를 집필하기도 했습니다.

주요 줄거리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주인공인 아담 폴로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했는지, 군대에서 탈출했는지 불확실한 남자입니다. 그는 언덕 위에 있는 작은 집에 칩거하고 있습니다. 그는 미셸이라는 여자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사람과의 연을 끊고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담은 때때로 미셸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글을 쓰는데, 그 글에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그의 두려움과 불안함이 담겨 있습니다. 그는 가끔씩 해변에 나가 그곳을 거닐면서 햇볕을 쬐기도 하고, 해변에 나와 있는 사람들이나 애완동물들을 관찰하기도 하는데, 그는 특별히 개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저녁, 아담은 한 바에 들어가 군인들을 목격합니다. 그는 과거에 자신이 복무했던 부대를 아냐며 군인들을 친근하게 대하지만 홀대당합니다. 한 번은 미셸이 아담이 사는 집을 찾아 언덕을 오른 적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집을 찾아온 미셸에게 시간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설파했습니다. 또 언젠가 아담은 동물원에 놀러 가서 동물들을 구경하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고, 해변에 나가 개 한 마리를 계속 쫓아다니며 마치 자신이 개가 된 것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비가 내리는 어느 날, 아담은 해변에 나갔다가 지난번에 쫓아다녔던 개를 발견하지 못하자 음반 가게에 들어가 있지도 않은 가수의 음반을 달라며 점원에게 장난을 치는데요. 당황하는 점원의 모습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아담은 충동적으로 가게 밖으로 나와 비를 맞으며 해변을 걷습니다. 해변을 걷다가 잠시 한 벤치에 앉아서 쉬고 있던 아담은 바다에 빠져 사망한 한 남자의 시체를 건져 올린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아담은 그가 안식을 누리게 되었다고 생각하죠. 밤이 될 때까지 시내를 거닐던 아담은 마젤란이라는 이름의 한 바에 들어가 미셸의 집에 전화를 거는데, 미셸 대신 그녀의 동생인 제르맨이 전화를 받습니다. 아담은 제르맨에게 자신이 곧 프랑스를 떠나 세네갈로 향할 것이라며, 그 전에 미셸에게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르맨은 미셸이 어디 갔는지 묻는 아담에게 미셸이 그녀의 친구인 소니아의 집에 갔을 것이라고 하면서 소니아 집의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하지만 아담은 전화를 하는 대신에 시내의 클럽들을 전전하면서 소니아의 행방을 찾고, 결국 그녀를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는 노트에 미셸에게 장문의 편지를 씁니다.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찾아 헤맸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그 외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남겨놓습니다. 그 후 아담은 우체국에 편지를 찾으러 가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받게 됩니다. 어머니는 아담에게 가족에게 돌아와 함께 살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체국을 나선 아담은 충동적으로 벤치에 올라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다 갑자기 옷을 벗어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고, 경찰에 의해 체포되어 정신병원에 넘겨집니다. 정신병원에 입원한 아담은 그곳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생활합니다. 어느 날 견습 정신과 수련의들이 찾아와 아담과 면담을 하지만, 그들은 아담에 대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담은 계속 정신병원에서 지내게 됩니다.

독후감

이제 이 소설의 독후감을 적어보겠습니다. 먼저 아담 플로가 정신 이상자인지를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의 첫 부분에서 아담 플로의 이야기를 서술하는 화자는 이렇게 이 이야기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부분에서 화자는 '조서는 자신이 탈영했는지,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왔는지 잘 모르는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말합니다.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처음부터 끝까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게 만들고 있죠. 아담은 자신이 군 생활을 했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 아닌지는 이 소설을 읽는 내내 확실치 않습니다. 오히려 아담이 사람을 피하고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나 동물에게 지나친 관심과 집착을 보이는 모습은 후자에 가까워 보입니다. 게다가 그의 횡설수설한 말이나 혼란스럽기만 한 그의 생각은 독자에게 아담 및 정신이상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고 있죠. 아담은 마침내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여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그는 진짜로 정신 이상자일 것일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아담 폴로를 정신 이상자로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아담의 복잡하고 중구난방인 생각이나 감정을 전부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특별히 정신 이상자 같은 느낌을 주고 있지는 않습니다. 만약 자기만의 세계가 있다는 이유로 그를 정신이상자로 규정한다면, 이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을 정신 이상자라고 볼 수밖에 없을 텐데요. 우리 모두 어쨌든 각자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정신과 수습생들과 상담하는 아담은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때문에 아담에 대해 제대로 된 진단을 내리지 못하죠. 그렇다면 왜 아담폴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까요? 표면적인 이유는 그가 공공장소에서 노출을 감행했기 때문인데, 이는 그가 자신만의 세계를 사람들에게 연설하는 도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결론적으로 아담은 자기 세계를 공공에 노출했다는 이유로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인데, 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사회에서 정상인 대접을 받고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기 내면의 세계를 어느 정도는 감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이죠. 르 클레지오는 이 작품과 아담 폴로를 통해서 개인을 억압하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폭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으로 아담이 보여주고 있는 극도로 강화된 감각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소설 속에서 아담 폴로는 오감이 상당히 예민한 사람입니다. 단순히 다리를 물에 담그는 느낌을, 다리가 야릇한 원소로 빠져들어가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입니다. 그 외에도 아담의 감각을 특이하게 묘사하는 장면이 곳곳에 발견됩니다. 그의 오감이 이처럼 극한으로 강화된 이유를 찾자면,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알 수 없는 공포감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공포를 느끼면 오감이 살아나 작은 자극에도 크게 놀라게 됩니다. 그래서 내면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는 아담의 오감이 극도로 예민해진 것이죠. 아담이 가진 공포감의 근원은 꽤 특이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단절에서 공포감을 느끼지만, 아담은 반대로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면서 공포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편안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포기하는데,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는 사실 대단합니다. 사회로부터 단절되었을 때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는 아담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독특한 구성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소설은 독특한 구성으로 되어 있습니다. 우선 소설에 중간중간 비어 있는 백지가 배치되기도 하고, 신문 기사가 들어가기도 하는데 특이하게도 신문지 형식을 그대로 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글자 위에 선이나 낙서를 찍찍 그어놓기도 합니다. 마치 미술 기법 중 콜라주를 본 것 같은 느낌인데, 이전의 전통적인 소설의 서술 기법과는 분명히 차별화되는 구성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제목을 조서라고 한 이유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 소설은 여러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장의 이름은 조서 A에서 조서 B로 붙여져 있습니다. 조서는 다른 사람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라고 정의 내릴 수 있는데, 작가가 이 작품의 제목을 조서라고 정한 이유는 아담폴로에 대한 관찰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과 화자가 일치하지 않는데, 별도의 화자가 주인공 아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남의 이야기와 감정을 이처럼 자세히 쓰기 위해서는 그 대상을 면밀하게 조사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는 이 작품의 제목을 아담 플로에 대한 화자의 조서라고 정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시 젊은 작가인 르 클레지오의 관점은 아마도 문학계의 신선한 충격이 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여기까지 조서 줄거리와 감상평이었습니다. 줄거리를 보면서도 무슨 소린가 싶으셨을 것 같은데요. 만약 이 소설을 읽게 된다면 내용보다도 형식에 초점을 맞추고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