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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의 집' 도서 줄거리, 의미, 조언, 의무

by 큰달이 2024.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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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감상평을 남겨 볼 작품은 헨리크 입센의 인형의 집입니다. 근대극의 문을 연 작가로 꼽히고 있는 헨리크 입센은 1828년에 노르웨이 시엔이라는 곳에서 태어납니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어릴 때 가세가 기우는 바람에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만 했죠. 15세에는 약방에 도제로 들어가 일을 하면서 주경 아독으로 대학 진학을 위한 공부를 하기도 합니다. 후에 작가로서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많은 희곡을 남겼습니다. 원래도 진보적인 정치적 신념을 가지고 있었던 그는 사회의 모습을 여과 없이 그려낸 작품들을 많이 썼습니다. 특히 오늘 소개해 드릴 인형의 집으로 세간의 이목을 모으며 지금까지도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습니다. 인형의 집은 사회 문제를 과감하게 들춰내는 헨리크 입센의 대표적으로 알려져 있으며, 1879년 발표되자마자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라는 사회의 기초 단위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를 비판적으로 다루었기 때문입니다. 인형의 집은 남편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찾겠다고 선언하는 주인공 노라이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요. 지금의 관점에서 보면 무슨 문제가 될까 싶지만 당시에는 분명 파격적인 주제와 내용이었을 것 같습니다. 길지 않은 짤막한 희곡이지만 그 속에서 당시 여성들의 사회적 속박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인형의 집

인형의 집 줄거리

때는 성탄절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12월 말 주인공 노라와 남편 헬메르는 행복에 젖어 있습니다. 노라의 다정한 남편인 헬메르가 곧 은행장이 될 예정이었기 때문이죠. 막대한 수입이 보장된 남편 덕분에 노라는 너무나 즐겁게 성탄절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헬메르는 노라의 사소한 행동까지도 통제하고 있었는데, 특히 마카롱 같이 단 것을 먹지 못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라의 학창시절 친구인 린데 부인이 갑자기 방문하게 됩니다. 노라는 반갑게 그녀와 옛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에 남편이 건강이 안 좋을 때 따뜻한 이탈리아로 요양을 갔었고, 그 많은 비용을 대기 위해 자신이 남편 몰래 돈을 빌렸다고 고백합니다. 그녀는 남편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관계가 악화될 것이 두려워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는데, 당시에는 여자가 남편 몰래 금전거래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노라는 지금까지 틈틈이 부업을 하며 빚을 갚고 있다며 마치 자신이 남자가 된 것 같다고 즐겁게 이야기합니다. 한편 린데 부인은 얼마 전 남편과 사별한 후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고, 그 이야기를 들은 노라는 곧 은행장이 될 남편에게 부탁해보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때 헬메르가 부임하게 될 은행의 직원인 크로그스타라는 남자가 방문하고 서재에서 헬메르와 무언가 이야기를 한 후 사라집니다. 크로그스타를 보내고 서재에서 나온 헬메르는 린데 부인을 채용해 달라는 노라의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여 두 여자를 기쁘게 합니다. 손님들이 돌아간 후 크로그스타가 비밀리에 돌아와 노라를 만납니다. 사실 노라가 과거에 돈을 빌린 사람이 바로 크로그스타였던 겁니다. 그는 노라의 차용증서에 기입된 노라 아버지의 서명이 위조된 것임을 알아차리고 그것을 빌미로 협박합니다. 아까 자신이 헬메르를 방문한 이유는 자신이 은행에서 실직될 위기에 처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은행장이 될 남편의 마음을 움직여 자신의 일자리를 유지해 달라고 합니다. 크로그스타가 떠나고 노라는 남편에게 크로그스타의 이야기를 꺼내지만, 헬메르는 그가 부도덕한 인물이라 같이 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 자리에 린데 부인을 채용할 것이라며 단칼에 거절합니다. 다음 날 크로그스타의 일로 인해 근심이 가득한 노라에게 친구인 린데 부인이 다시 방문하여 노라의 빚 문제에 대해 상의합니다. 노라는 헬메르에게 다시 한 번 크로그스타의 일자리를 부탁하지만 그는 거절하면서 해고 통지서를 크로그스타에게 보내버립니다. 그날 저녁에 노라에게 크로그스타가 나타나 자신이 해고 통지서를 받았다며 노라의 비밀이 담긴 편지를 헬메르의 편지함에 넣고 돌아갑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헬메르는 편지함을 확인해 보려고 하고 노라는 최대한 헬메르를 막으며 성탄절 무도회 때 춤을 연습하자며 남편의 주의를 돌립니다. 두 사람이 춤 연습을 하는 동안 크로스타가 다시 방문하는데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린데 부인이 그를 맞이하고 친구를 위해 담판을 짓습니다. 사실 크로그스타와 린데 부인은 과거의 연인 사이였는데, 린데 부인은 그것을 이용해 앞으로 함께 살자며 그를 회유하고 그는 기쁜 나머지 모든 것을 잊기로 합니다. 그는 자기 편지를 회수하려 하지만 린데 부인은 노라가 남편에게 모든 것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를 돌려보냅니다. 이후 춤 연습이 끝난 노라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리고 떠납니다. 마침내 헬메르는 편지함을 열어 크로그스타의 편지를 확인하고 집안은 발칵 뒤집힙니다. 헬메르가 노라를 맹비난하고 있는 사이에 크로그스타의 새로운 편지가 도착하는데 거기에는 노라의 차용증이 동봉되어 있었습니다. 헬메르는 그 차용증을 찢어 태워버리고 그제서야 노라를 용서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노라의 마음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 있었습니다.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노라는 자신이 어려서는 아버지에게, 결혼 후에는 남편에게 인형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녀는 남편의 강력한 만류를 뒤로 하고 아내와 어머니로서보다 자신을 먼저 찾아야겠다며 헬메르를 떠나는 것으로 작품은 마무리됩니다.

제목의 의미

작가 헨리크 입센이 이 작품의 제목을 인형의 집으로 정한 이유는 작품의 말미에 명시적으로 드러납니다. 노라는 헬메르에게 떠나겠다고 선언하면서 지금까지의 자신은 그저 아버지와 남편의 인형과 같은 존재였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빠는 나를 인형이라고 불렀어요. 내가 인형과 놀듯 아빠는 나와 놀아줬죠. 그러고 나서 난 당신 집으로 온 거예요.' 노라는 아버지와 남편 헬메르에게 있어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라기보다는 그저 자기들의 뜻대로 움직여야 하는 존재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헬메르의 말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너무 지나치지 않게 소란 피우지 말고 다시 귀여운 종달새로 돌아와야지.' 그에게 노라는 단지 귀여운 종달새일 뿐이었던 겁니다. 그런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인형은 노라 하나뿐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남편인 헬메르 역시 다른 의미의 인형처럼 보였습니다. 그는 아내와 8년을 살면서도 아내에게 어떤 걱정이 있는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아내와도 제대로 된 인간적인 소통을 하지 못하는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결국 남편 헬메르와 아내 노라 모두 성숙한 인간 인격체가 아니라 인형이었던 것이고, 이것이 이 작품의 제목에 직접적으로 반영된 겁니다.

린데 부인의 조언

린데 부인은 친구인 노라가 끝까지 자기 남편을 속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헬메르에게 자백할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그녀는 노라가 헬메르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옳다고 확신하여 크로그스타가 자신의 편지를 회수하려는 것까지 막죠. 결과적으로 린데 부인의 이 조언과 판단 때문에 노라와 헬메르의 가정은 깨어질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린데 부인의 조언은 잘못된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같은 말이더라도 듣는 사람이 처해 있는 상황에 따라 옳을 수도 있고 옳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헬메르는 일자리를 찾는 린데 부인의 처지를 동정하여 자신이 부임할 은행에 자리를 만들어주는 반면에 아내의 금전거래는 맹비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헬메르의 이중적 태도가 드러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노라와 린데 부인이 처한 처지의 차이일 겁니다. 린데 부인은 남편과 사별 후 생계를 위해 스스로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여성의 사회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대에서도 경제활동을 용인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로 린데부인은 경제활동이 용인되는 자신의 처지에 비추어 노라의 금전거래도 용인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겼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보다 헬메르는 완고했고, 결국 노라와 헬메르 부부의 결혼 생활은 파탄을 맞게 됩니다. 따라서 린데 부인의 충고는 자신의 입장에서 분명히 옳은 것이었을지 모르나 노라의 처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식으로 생각해서 자신과 다른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충고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는 점에서 린데 부인의 사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할 의무

이 작품은 상당히 짧은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노라는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무조건적인 영향을 받으며 성장했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 상태로 헬메르와 결혼했기 때문에 이후로는 남편으로부터 무조건적인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들의 결혼 생활에 노라의 취향이라는 것은 없었고, 모두 남편의 취향대로 결정되었습니다. 단지 노라가 남편과 취향이 같은 척 했을 뿐입니다. 겉으로 보기에 노라의 결혼 생활은 남 부러울 것이 없는 행복한 것이었지만, 사실 노라는 껍데기에 불과했기에 두 사람의 진정한 결합은 아니었습니다. 노라는 뒤늦게 이 사실을 깨닫고 자신이 자기 자신을 찾아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음을 자각하고, 이제서라도 그것을 행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녀는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의무를 하라고 이야기하는 남편에게 이렇게 대답하죠. '나에겐 다른 의무가 있어요. 똑같이 신성한 나 자신에 대한 의무죠.' 스스로를 찾지 못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렇지 못할 겁니다. 우리는 한 인간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하고 있는데, 그 역할이라는 것은 자기 자신일 때만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우리는 스스로에게 주어진 여러 가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찾아내야만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이러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인형의 집이라는 제목 때문에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였습니다. 물론 오래 전 쓰여진만큼 지금 사회와는 다른 점이 많지만, 현대 사회에 대입해봐도 무척 흥미로운 내용이였습니다. 이 책을 읽어볼 것이라면 현대 사회와 당시 사회를 비교해보며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