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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도서 줄거리,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by 큰달이 2024.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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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 줄거리와 감상평에 대해 이야기해 볼 소설은 파트릭 모디아노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입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작가 및 작품 소개

파트릭 모디아노는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세기 후반 프랑스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1945년에 프랑스 비양쿠르라는 곳에서 태어났고, 18살 때부터 이미 글을 쓰기 시작할 정도로 남다른 재능을 선보여왔습니다. 파트릭 모디아노는 1968년 데뷔작인 '에투알 광장'부터 어마어마한 호평을 받으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는데요. 그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화성을 인정받아왔습니다. 그의 작품들에 나타나는 과거에 대한 탐구 경향은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갈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1978년에 발표된 작가의 대표작이며, 발표된 그 해 공쿠르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공쿠르상 수상을 예견할 정도로 당시에도 높은 평가를 받았던 소설인데요. 기억상실증에 걸린 주인공이 여러 사람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과거를 추적해 가는 형식의 작품입니다. 파트릭 모디아노만의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할 수 있죠. 이 소설을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사실 자극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은 아니고, 마치 흑백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인간의 정체성과 기억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주인공을 따라서 그의 과거를 같이 추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줄거리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기 롤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남자인데, 그는 위트라는 남자가 운영하는 흥신소의 직원입니다. 기는 자신의 이름과 과거에 대한 기억을 잃은 사람이었는데, 위트가 그에게 기 롤랑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흥신소에 고용한 겁니다. 위트는 파리를 떠나 자신의 고향인 남프랑스의 니스에 정착하고자 흥신소를 접고, 사무실을 마음대로 이용하라는 이야기만 남긴 채 떠나버립니다. 이때부터 자신의 과거 기억을 찾기 위한 기의 추적이 시작되는데, 그는 맨 처음 폴 소나쉬체라는 카페 종업원을 찾아가 자신과 관계가 있는지 묻죠. 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폴은 기를 데리고 자신의 친구인 장 외르테르를 찾아갑니다. 기는 장 외르테르와 이야기한 끝에 과거의 기가 스티오파란 러시아인 남자와 함께 다니곤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기는 스티오파가 참석하는 것으로 신문 부고란에 공고가 난 한 장례식을 무작정 찾아가고, 흥신소에서 일했던 육감으로 그를 찾아냅니다. 기는 스티오파에게 자신이 프랑스에 망명한 귀족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책을 쓰고 있다며 접근하고, 그의 집에 방문해 한 사진을 보게 됩니다. 그 사진은 기 자신으로 보이는 남자와 다른 사람들이 함께 찍은 것이었는데, 기는 자기로 추정되는 남자 옆에 있는 여자에 주목합니다. 기는 스티오파로부터 그녀의 이름이 게이 오를로프이며, 과거에 미국으로 이주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기는 그 사진을 얻어가지고 나와 게이 오를로프를 찾아 나섭니다. 기는 그녀가 미국에 있을 당시 월도라는 남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는 한 바의 피아니스트로 살고 있는 월도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게이가 자신을 떠나 하워드 드뤼즈라는 남자와 파리로 왔으며,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기는 자신의 본명이 하워드 드뤼즈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드뤼즈 가문의 클로드라는 남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하워드 드뤼즈의 본명이 프레디라는 것과 그가 게이의 친구라는 것을 알아냅니다. 기는 드뤼즈 가문의 옛 영지를 찾아가 관리인인 로베르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로베르는 프레디와 게이가 애인 사이라는 것과 사진의 기로 추정되는 남자가 프레디의 친구이며, 남미 사람인 페드로라고 증언합니다. 이제 기는 자신의 본명이 페드로라고 추정하고, 로베르가 전해준 프레디의 물건들을 조사하다가 페드로의 전화번호를 발견합니다. 기는 그 전화번호를 추적하다가 같은 전화번호를 사용했던 엘렌이라는 여자를 찾아가는데, 그녀는 기를 알아보며 반갑게 맞이합니다. 기는 그녀를 통해 자신의 본명이 페드로가 맞다는 것과 자신이 한때 도미니카 공화국 영사관에서 일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가 드니즈라는 여자와 함께 살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엘렌은 그와 드니즈가 무제브라는 곳으로 갔고 국경을 넘는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브레데라는 남자가 그들을 봐주었다는 단서를 줍니다. 기는 드니즈의 행방을 추적하다가 그녀가 한동안 사진 모델로 일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망수르라는 사진작가를 찾아갑니다. 기는 망수르로부터 얻어낸 사진을 통해 과거의 기억을 일부 찾아냅니다. 자신이 드니즈와 함께 살았던 것과 무슨 일 때문인지 파리를 떠나야만 했던 사실을 떠올립니다. 기는 니스에 있는 위트의 도움으로 자신의 옛 친구 중 하나였던 빌드메르라는 경마 기수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와 빌드메르, 드니즈는 프레디, 게이 커플과 모두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기는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자신의 과거 기억 중 일부를 되찾는 것에 성공합니다. 그의 본명은 페드로이며, 이유를 알 수 없는 일로 파리에 더 거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에인 드니즈, 빌드메르, 프레디와 게이 등과 함께 스위스 국경 근처의 므제부로 떠났던 겁니다. 그들은 불심 검문을 대비하여 페드로가 일했던 도미니카 공화국 영사관을 통해 도미니카 여권까지 발급받은 상태였습니다. 므제부에 간신히 도착한 그들은 '남십자성'이라는 이름의 산장에 거하면서 점차 안정된 삶을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페드로는 브레데라는 밀입국 중개인을 만나고 스위스 입국을 도와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는 친구들과 상의하지만 대부분 스위스 밀입국을 반대했고, 애인인 드니즈만을 데리고 브레데를 믿고 밀입국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국경을 넘는 중에 페드로는 드니즈와 헤어지고 맙니다. 그 이후 그녀는 행방불명되고, 페드로는 산속을 헤매다 쓰러졌던 것이었습니다. 페드로는 자신의 모든 기억을 찾기 위해 옛 친구인 프레디가 살고 있다는 남태평양의 섬을 찾아가지만, 프레디는 배를 타고 나갔다가 실종된 상황이었습니다. 페드로는 최후의 시도를 하기 위해 자신의 옛 주소로 알려진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에 갈 것을 결심합니다.

감상평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

이제 이 작품의 감상평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주인공의 기억 상실을 통해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져주는 메시지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인공인 기(페드로)는 자신의 과거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기억 상실을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는 어떻게든 과거의 기억을 찾기 위해 조각 난 단서를 추적해 나가지만, 그때마다 좌절하게 됩니다. 그에 대해서 잘 알 것이라고 예상되는 사람들은 이미 숨을 거두었거나 행방불명인 상태였고, 조금이나마 증언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기억에 한계를 보입니다. 독자들은 기억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누구나 과거를 완벽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 기억 상실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우리 모두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선명한 기억은 적고 희미한 기억이 많다는 것을 인정할 겁니다. 그럴 때마다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인지, 심지어 그 기억 속에 사람들이나 자기 자신조차 실제 했었는지도 가물가물하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우리는 과거를 기억하고자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기억을 잃어가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과거의 기억처럼, 우리의 삶도 같은 특성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작가의 주요 메시지인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의 기억처럼 우리 자신도 삶도 잊혀 간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주인공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찾아갔을지 생각해 보겠습니다. 주인공은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통곡의 벽을 만난 것처럼 멈춰 서게 됩니다. 그 이유는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로서 많은 증언을 해줄 수 있는 프레디가 실종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옛 주소인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2번지에 찾아갈 결심을 하는 것으로 소설이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과연 주인공은 결심대로 자신의 옛 주소를 찾아갔을까요? 제 생각에는 그가 반드시 찾아갈 것 같습니다. 설령 그곳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는 계속해서 과거의 자신을 추적해 나갈 것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주인공이 과거에 그토록 강한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이 과거의 자신으로부터 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누구나 지금의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는 미래의 자신이라기보다는 과거의 자신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에게 자신의 과거를 찾는 일은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고,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위트 역시 처음에는 주인공의 과거에 대한 애착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나 위트는 자신의 과거가 도처에 깔려 있는 고향 니스에서 생활하면서, 왜 주인공이 과거에 집착했는지를 공감하며 편지합니다. 아마도 그는 고향에서 자기 자신을 찾는 것에 성공했기에 공감하고 편지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는 주인공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야 할 곳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을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이 소설은 솔직히 평하자면 극적인 재미가 있진 않습니다. 이렇게 느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갈등 구조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기 롤랑에 대해서 대항하는 존재가 등장하지 않을뿐더러 함께하는 존재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대립하는 사이에서 오는 갈등도, 같은 입장에서 있을 수 있는 갈등도 없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로맨스적인 요소가 없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과거의 연인인 드니즈와의 기억을 회상할 때도 일반적인 로맨스가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다른 일반적인 소설들이 반드시 활용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는 갈등 구조나 로맨스 요소를 배제한 겁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은 맛으로 비유하자면 담백하고 심심한 맛이고, 색으로 비유하자면 흑백 영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파트릭 모디아노가 이런 요소를 배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엔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에 집중하도록 해서 작품의 메시지에 몰입하기를 원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치 깜깜한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특정 대상에 비춤으로써 그 대상에 집중토록 하는 기법을 소설에 적용한 겁니다. 그래서 독자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중의 오직 한 가지 감정, 자신의 과거를 찾고자 하는 열망만을 느낄 수 있고 그것에 공감하게 됩니다. 그것이 이 소설에서 기발하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여기까지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줄거리와 감상평이었습니다. 상당히 색다른 주제의식과 서술 기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비록 자극적인 맛은 없지만 은근한 재미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