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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시라노' 줄거리, 행복 행동 관계의 단계

by 큰달이 2024.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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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 살펴볼 소설은 에드몽 로스탕의 시라노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시라노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는 소설 속에서 뛰어난 말솜씨를 가진 시인이자, 무적의 검사, 흉물스러운 코 때문에 콤플렉스를 가진 인물로 묘사됩니다. 다른 사람의 연애를 돕는다는 작중 설정 때문에 현대에도 여러 매체에서 패러디되었습니다. 그만큼 대중이 좋아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작품인 것 같습니다.

시라노

시라노 줄거리

이 작품의 주요 줄거리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때는 1640년, 부르고뉴 성관이라는 곳에서 성대한 공연이 벌어집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중에는 크리스티앙이라는 매우 잘생긴 남자가 있었는데, 록산이라는 여자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리스티앙은 잘생긴 외모에도 불구하고, 말솜씨에 자신이 없어 록산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록산은 유명한 미녀였는데, 유부남인 드 기슈 백작도 그녀에게 반할 정도였습니다. 한편,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몽플레리라는 배우가 있었는데, 시라노가 그에게 한 달간 무대출연 금지 경고를 해둔 상황이었습니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몽플레리가 무대에 등장하자 시라노가 나타나 공연을 방해합니다. 시라노는 몽플레리가 연극을 경박하게 만들 뿐 아니라, 사촌동생 록산을 음흉하게 바라봤다는 이유로 미워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시라노는 사촌 동생인 록산에게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공연을 보고 싶은 관객들은 시라노에게 야유를 퍼붓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시라노는 발베르 자작과 말싸움을 벌이다가 평소 그의 콤플렉스였던 코를 들먹이자 크게 화를 내며 칼싸움을 벌여 쫓아버립니다. 결국 공연은 중단되고, 시라노는 친구들과 함께 성관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춥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시라노는 한 식당에 모습을 드러내는데, 록산이 그를 찾아와 발베르 자작에게 망신을 준 것에 대해 고마워합니다. 사실 발베르는 록산을 좋아하는 권력자 드 기슈 백작이 제멋대로 그녀의 짝으로 정해서 억지로 결혼을 추진하고 있던 상대였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이 크리스티앙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 시라노의 마음을 아리게 만들고 사라집니다. 록산이 사라지고, 시라노가 소속된 수비대 대장인 카르봉이 부하들을 데리고 나타나 시라노의 무용을 치하합니다. 그때 드 기슈가 나타나 시라노에게 시비를 걸지만, 모욕만 당하고 물러납니다. 그리고 크리스티앙이 나타나는데, 그는 시라노와 같은 수비대에 들어온 신참이었습니다. 다른 선임들이 크리스티앙을 놀리기 위해 너는 겁쟁이니까 시라노 앞에서 절대 코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 참이었습니다. 겁쟁이라는 말에 격분한 크리스티앙은 시라노 앞에서 괜히 코 얘기를 꺼내 그를 자극하고, 결국 두 사람은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하지만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이 록산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와 싸울 마음이 사라져 자신이 록산의 사촌이라고 말합니다. 크리스티앙은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록산의 사촌 오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두 사람은 둘도 없는 친한 사이가 됩니다. 시라노는 언변에 자신이 없는 크리스티앙을 위해 록산의 마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기로 합니다. 그 이후 시라노는 크리스티앙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게 되고, 록산은 크리스티앙이 잘생긴 데다 말도 로맨틱하게 잘하는 사람이라고 여겨 더욱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어느 날 밤, 시라노는 크리스티앙과 함께 록산의 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어둠을 틈타 크리스티앙의 목소리를 흉내 내어 그녀에게 뜨거운 사랑의 고백을 합니다. 시라노 또한 록산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열렬한 사랑 고백을 하고, 록산은 감동해서 크리스티앙과 약혼하게 됩니다. 시라노는 마음이 아프지만 두 사람을 진심으로 축하해 줍니다. 그런데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이 속한 수비대는 드 기슈 백작의 지휘를 받아 스페인의 아라스로 파병을 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시라노는 아라스에 가서도 하루에 두 번씩 록산에게 크리스티앙의 이름으로 연애편지를 보내며 대리만족 합니다. 한편 아라스에서의 전황은 프랑스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아라스를 포위하고 있던 그들은 도리어 스페인 군에 포위되어 위태로운 처지였습니다. 수비대원들은 지휘관 드 기슈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었고, 시라노는 대놓고 드 기슈에게 모욕을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티앙을 그리워하던 록산이 마차를 타고 적진을 뚫고 찾아옵니다. 그녀를 본 프랑스군은 록산의 용감한 행동에 사기 백배합니다. 하지만 스페인 군이 총공세를 해올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어 있었습니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록산에게 전선을 떠나라 하지만 그녀는 듣지 않습니다. 적의 공격이 임박한 순간, 드 기슈는 록산의 용기에 감동해 병사들과 함께 죽기 살기로 싸우기로 결심합니다. 한편, 크리스티앙은 록산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녀가 시라노의 편지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을 알게 됩니다. 크리스티앙은 그녀가 사랑한 것은 시라노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 사실을 시라노에게 이야기하며 록산에게 사실을 알리라고 하고 사라지는데, 그 순간 스페인 군의 공격이 시작됩니다. 격렬한 전투 중에 크리스티앙은 숨을 거두고, 시라노와 록산은 살아남아 프랑스로 귀환 후 15년의 세월이 흐릅니다. 그 사이 수녀원에 들어간 록산은 크리스티앙을 잊지 못한 채 살고 있었고, 시라노 역시 록산을 잊지 못해 때때로 그녀를 방문하며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록산은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편지를 시라노에게 보여주는데, 그 편지 역시 시라노가 써준 것이었습니다. 시라노는 그 편지를 낭독하기 시작하는데, 주위가 어두워졌음에도 그는 자신이 쓴 편지를 줄줄 암송합니다. 이를 본 록산은 모든 사실을 눈치채고 시라노의 사랑을 깨닫게 되지만, 시라노는 그 직전에 불의의 습격으로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큰 부상을 입고서도 사랑의 힘으로 록산을 찾아왔던 그는 결국 사랑하는 록산의 품에서 숨을 거두고 맙니다.

 

이제 이 작품의 감상평을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것의 행복

이 책은 사랑하는 것의 행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 줍니다. 록산을 서로에게 양보하는 시라노와 크리스트 양의 모습에서 그녀에 대한 두 사람의 사랑이 대단하게까지 느껴집니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록산을 사랑하고 있었는데, 록산은 처음에 크리스티앙의 잘생긴 외모에 반해 그를 사랑하게 됩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사촌인 시라노에게 별 뜻 없이 이야기했는데, 아마도 시라노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을 겁니다. 뒤이어 그는 크리스티앙이 객기를 부려 자신의 최대 콤플렉스인 코를 들먹였음에도 불구하고, 록산이 사랑하는 남자임을 알자 쉽게 용서합니다. 시라노는 그 이후 글 솜씨가 떨어지는 크리스티앙을 위해 연애편지를 대필해 주며 두 사람을 이어줍니다. 그런가 하면 크리스티앙은 시라노의 도움을 받아 록산과 이어지지만, 점차 이상함을 느낍니다. 마침내 그는 록산이 진정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시라노라는 것을 깨닫고, 시라노에게 모든 사실을 록산에게 말하라고 하죠. 두 사람 모두 록산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마음보다는 록산의 마음을 중시합니다. 시라노와 크리스티앙은 록산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때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사랑한다고 여겨지는 사람과 맺어주려 합니다. 뒤집어 생각하면, 그들은 록산만 행복하다면 자신들의 마음은 중요하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점을 종합하면 이 작품은 사랑받는 것보다는 사랑하는 것에서 오는 행복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시라노의 행동

다음으로 시라노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 봤습니다. 작품의 초반부에 나오는 시라노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고 있는 공연의 배우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공연 자체를 망치는 민폐를 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신의 행동을 비난하는 사람들 앞에서 도리어 칼싸움을 벌여 입을 다물게 만듭니다. 시라노는 뛰어난 검사였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막지 못하지만, 그의 행동이 이해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작품을 읽다 보면, 그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라노가 가진 삶의 철학은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신경 쓰지 않는 겁니다. 자신의 삶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삶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기에 타인의 이목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겁니다. 저는 시라노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이유는 그가 자신의 외모, 특히 코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 속에 자세히 묘사가 되지는 않았지만, 문맥을 살펴보면 시라노의 코는 사람들에게 비호감을 살 만큼 못 생겼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사람들에게 호감을 주지 못하는 외모를 가졌기에 아마도 그는 오랜 시간 동안 타인의 호의를 입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외롭게 자신의 힘만으로 인생의 어려움들을 헤치며 살아왔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주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시라노의 행동의 원인은 그 스스로가 가진 외모 콤플렉스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관계에는 단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관계에는 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재밌는 부분은 크리스티앙이 시라노의 도움을 받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는 시라노가 대신 써준 연애편지를 록산에게 보내면서 호감을 사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자신감이 생겨서 직접 록산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크리스티앙의 이런 자신감과는 달리, 막상 록산을 대하자 사랑한다는 말밖에는 하지 못하고 결국 핀잔을 듣고 맙니다. 록산은 이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사랑, 즉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단계가 있다는 겁니다. 크리스티앙과 록산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한동안은 사랑한다는 말만으로 충분했을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두 사람 사이가 깊어질수록 단순히 사랑한다는 말이 아닌, 한 차원 높은 사랑의 표현이 필요해진 겁니다. 이는 단순히 사랑을 표현하는 말뿐 아니라, 언어 외적인 요소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정이 쌓이면 쌓일수록 서로에게 요구하는 것들은 더욱 많아지고 고차원적인 것이 됩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연인 사이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인간관계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관계에도 단계가 있으며, 그 단계를 적절하게 거쳐야만 관계가 오래 지속된다는 겁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는 단계가 있으며, 이를 함께 밟아나가야 그 관계가 건강하게 오래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오마주한 영화는 알고 있었는데, 원작이 따로 있었다는 건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생각보다 더 애틋한 이야기였습니다. 사랑을 넘어선 인간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