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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 여가수' 도서 줄거리, 의미, 부조리한 것, 메리

by 큰달이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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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포스팅에서 이야기해 볼 책은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입니다. 외젠 이오네스코는 1909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난 작가입니다. 아버지는 루마니아, 어머니는 프랑스 사람이었죠. 아주 어릴 때 프랑스로 이민을 했는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아버지는 가족들을 버리고 루마니아로 돌아가 버렸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젠 이오네스코는 성인이 되어서 아버지를 찾아 루마니아로 갔고 거기서 청년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1939년부터는 다시 프랑스로 돌아와 작품 활동을 했고, 전통적인 연극에 반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겼습니다. 특히 대머리 여가수라는 희곡은 부조리극의 시초로 평가받을 정도로 중요한 작품입니다. 그는 말년에 루마니아의 정치 체제를 비판하면서 인권운동도 열심히 했던 작가였습니다. 이 작품을 접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무슨 소리인지 모를 내용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이게 무슨 문학이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현실의 부조리함을 고발한 부조리극의 시초로써 문학사적 의미가 상당히 큰 작품입니다.

대머리여가수

대머리 여가수 줄거리

이 작품의 배경은 완벽한 영국식의 생활을 하고 이름조차 전형적인 영국식 이름인 스미스와 스미스 부인의 집입니다. 첫 장면에서 스미스 부인은 남편에게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남편 스미스는 신문을 읽으며 무시합니다. 스미스는 신문에 죽은 사람의 나이만 나오고 태어난 사람의 나이가 나오지 않는다며 불평하고 바비 와트슨이라는 사람이 죽었다고 말합니다. 두 사람은 바비 와트슨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는데, 바비 와트슨의 친척들은 남녀 구분 없이 모두 같은 이름을 쓰기 때문에 누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서로 감을 잡지 못합니다. 그러던 중 한 여인 메리가 나타나고 그녀는 마틴 부부가 손님으로 왔다는 사실을 알리는데, 스미스 부인은 그들을 모셔오라고 합니다. 메리는 마틴 부부에게 왜 이리 늦었냐며 불손하게 응대하고 잠시 기다리라 하는데 마틴 부부는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오늘 처음 본 사람들인 것처럼 서로 자기소개를 하다가 자기들이 부부 사이인 것을 깨닫고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던 메리는 두 사람이 부부가 아니라며 그들이 착각을 하고 있다고 관객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마침내 스미스 부부가 마틴 부부를 맞이하고 네 사람은 대화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대화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스미스 부인은 의미 없는 단어들의 나열과 침묵을 끊고 마틴 부부에게 여행을 다니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얘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마틴 부인은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사람이 길바닥에서 신발끈을 묶고 있더라는 어이없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때 문에서 초인종이 울리고 스미스 부인이 세 번이나 쫓아나갔지만 아무도 없었습니다. 네 번째 초인종이 울리자 스미스 부부는 언쟁을 벌입니다. 스미스는 누가 있을 것이라 하고, 부인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옥신각신하다가 스미스가 나가보는데 소방대장이 와 있었습니다. 소방대장은 자기가 문 앞에 서 있었고, 세 번째 초인종을 누른 후 숨어 있긴 했으나 처음 두 번의 초인종은 자신이 누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시내에 모든 불을 끄라는 명령을 받았다며 스미스 부부의 집에 불이 있는지 조사하지만 그들은 불이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들은 소방대장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달라고 합니다. 소방대장은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하나같이 무슨 이야기인지 모를 소리들입니다. 그러던 중 하녀 메리가 자기도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등장하는데 알고 보니 그녀와 소방대장은 서로 아는 사이였습니다. 메리는 자신이 소방대장의 소방 호스였다고 주장하고 마틴 부부는 그 사실에 감명을 받아 그녀를 끼워주려 합니다. 스미스 부부는 하녀와 어울릴 수 없다며 거절하고 메리에게 자작시나 읊으라고 하는데, 그녀는 불을 주제로 쓴 시 한 편을 읽습니다. 메리의 시를 들은 소방대장은 자기 소명을 떠올리고 자리를 뜨면서 대머리 여가수에 대해 물어보는데, 스미스 부인이 항상 같은 머리 스타일이라고 대답할 뿐입니다. 다시 남은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는 의미 없는 말을 시작하다가 갑자기 조명이 꺼집니다. 다시 조명이 들어오면 이번엔 마틴 부부가 앉아 맨 처음에 했던 스미스 부부의 대사를 시작합니다.

제목의 의미

이 작품의 제목은 대머리 여가수인데 단 한 번 언급되고 실제로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소방대장이 스미스 부부의 집을 떠나면서 대머리 여가수에 대해 묻고 답할 뿐이죠. '그런데 대머리 여가수는 늘 같은 머리 스타일이죠.'라고 말입니다. 작가가 작품 속에서 차지하는 분량이 적은 존재인 대머리 여가수를 제목으로 정한 것에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대머리 여가수가 이 작품의 전반적인 주제를 상징하는 존재이기 때문일 겁니다. 일단 대머리 여가수라는 단어를 들으면 떠오르는 느낌은 모순, 형용 같은 단어입니다. 일반적으로 대머리는 여성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독자는 과연 대머리 여가수가 누구인지,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를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작품 속에서 어떤 단서도 주지 않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머리 여가수라는 존재는 이 극의 전반적인 분위기인 부조리함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대머리 여가수에 대해 물어보는 소방대장의 질문에 늘 같은 머리 스타일이라고 대답하는 것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부조리한 분위기, 부조리한 상황이 변하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겁니다. 이는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 작품은 스미스 부부와 마틴 부부의 역할이 뒤바뀌면서 막을 내립니다. 마틴 부부와 스미스 부부는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부조리극을 반복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대머리 여가수는 부조리한 상황 그 자체를 상징하는 존재이며, 이 부조리함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존재인 겁니다.

부조리한 것은 무엇인가?

이 작품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이자 시초가 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이 작품에 나오는 내용들은 현실의 부조리함을 극대화하여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오는 현실의 부조리함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몇 가지를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이 작품은 현실 사회의 획일화된 몰개성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초반 스미스 부부가 바비 와트슨이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스미스는 신문에서 바비 와트슨의 부고를 보고 부인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비 와트슨의 일가친척들은 모두 같은 이름이라 누가 누구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이런 모습은 개성이 없이 획일화되어서 사실상 서로 구분되지 않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마틴 부부가 스미스 부부의 집에 방문해서 응접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은 피상적인 가족 관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분명히 같이 왔으면서도 서로의 집 주소 등을 물으며 호구조사를 하다가 자기들이 부부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새삼스럽게 놀랍니다. 이후 부부라는 사실을 깨달은 두 사람은 서로 포옹하지만, 속으로는 별다른 감정이 없는 상태입니다. 겉보기에는 감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알고 보니 두 사람은 감정이 메마른 상태였던 겁니다. 마치 많은 가족들이 피상적인 관계를 맺은 채로 별다른 감정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또 후반에 보여주는 네 사람의 의미 없는 대화는 공감과 제대로 된 소통을 하지 못하는 현대사회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이 작품은 현실 세계의 다양한 부조리들을 극대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독자와 관객들에게 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부조리극은 현실의 부조리를 직면하게 함으로써 무엇이 문제인지를 생각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 아닐까 싶습니다.

메리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 작품에서 메리는 상당히 특이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관객에게 방백을 하는 인물은 메리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메리는 마틴 부부가 처음 등장해서 자신들이 부부임을 발견하고 감격해 하는 그 순간 그들은 진짜 부부가 아닐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비웃습니다. '도대체 이런 혼란의 지속이 누구한테 유리할까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알려고 하지 말죠. 뭐든 있는 대로 그냥 놔두자고요.'라고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신의 본명이 셜록 홈즈라고 덧붙입니다. 그녀가 주장하는 본명과 말을 들으면, 혼란스럽기만 한 이 작품의 세계관 속에서 메리만이 제정신을 가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작중 세계의 외부에 있는 관객들에게 직접 대화를 시도하는 형식을 취하는 인물은 메리가 유일하기엔 이런 추론이 가능하죠. 그녀는 후반부에 이르러 소방대장, 스미스 부부 및 마틴 부부의 대화에 끼려고 합니다. 그러나 스미스 부부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힙니다. 그들이 메리와 말을 섞기 싫어하는 이유는 그녀가 하녀에 불과하고 교육도 제대로 못 받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메리는 소방대장과의 인연으로 겨우 자작시 한수를 읊는 것에는 성공하지만, 결국 스미스 부부에게 등이 떠밀려 내몰리고 맙니다. 저는 유일하게 정상인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메리가 비정상인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하는 모습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세계와 체제에 젖어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속해 있는 사회의 모순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그 틀에 도전하는 사람들을 외면하려고 한다는 겁니다. 마치 영화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비롯한 사람들을 스미스 요원으로 상징되는 시스템이 이질적인 존재로 인식해서 공격하는 것처럼 말이죠. 결론적으로 메리는 모순 투성이인 작품 속 세계에서 유일하게 그 모순을 직시한 인물이며, 그 경우 체제의 공격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대머리여가수 도서 줄거리와 감상평이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볼 때는 도저히 무슨 소린지 감이 안 왔는데, 시대상과 작가에 대해 알아 보면서 의미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어본다면 그 속에 담긴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