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고리오 영감' 도서 줄거리, 타락한 사회에 대한 고발, 마지막 장면, 보트랭

by 큰달이 2024. 1. 18.
반응형

이번 글에서 살펴볼 작품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입니다. 고리오 영감은 1834년에 발표된 오노레 드 발자크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당시 파리 사회의 실상을 여과 없이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일종의 풍자소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덕성이 바닥을 치고, 오직 물질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회상이 잘 반영된 작품입니다. 이 소설은 그의 여러 소설을 한데 모은 역작인 '인간희극' 시리즈를 구성하고 있는 소설인데요. 소설의 교과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발자크 문학의 정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고리오라는 남자의 노년의 이야기인데요. 사랑하던 딸들에게 배신당하는 아버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하나인 리어왕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고리오 영감

고리오 영감 줄거리

파리 뒷골목에서 하숙집을 운영하는 보케 부인의 하숙집에는 여러 하층민들이 하숙을 하고 있습니다. 부유한 아버지가 있으나 딸이라는 이유로 버림받은 빅토린, 시골에서 파리로 갓 상경한 외젠, 신원을 알 수 없는 중년 남자 보트랭 등이 살고 있죠.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고리오입니다. 그는 과거 제면소를 경영했던 부유한 상인이었는데, 두 딸인 나지와 델핀을 귀족 집안에 시집보내면서 대부분의 재산을 물려준 탓에 얼마 남지 않은 돈으로 하숙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과부인 보케 부인은 처음에 그를 유혹해 보려고 하지만, 꿈쩍도 않는 그에게 화가 나 그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죠. 고리오는 얼마 남지 않은 재산마저 두 딸들에게 나눠주고 있어서 점점 가난해졌고, 하숙집 사람들에게 공공연히 무시를 당하며 살고 있습니다. 한편, 외젠은 어떻게든 성공하려는 야심 찬 젊은이였습니다.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법조인의 길 대신에 부유한 귀족 부인의 애인이 되는 방법을 택합니다. 당시 파리 상류층 사회에 만연해 있던 풍조였습니다. 외젠은 자기 친척의 도움을 받아 레스토 부인에게 접근하는데, 사실 레스토 부인은 고리오의 장녀인 나지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외젠은 이를 이용해 그녀에게 접근하지만, 도리어 완전히 퇴짜를 맞게 됩니다. 대신 외젠은 뉘싱겐 부인이 된 고리오의 차녀 델핀에게 접근하기 시작합니다. 그의 빼어난 외모와 화술 덕에 델핀과의 사이는 점차 발전합니다. 그 와중에 외전에게 보트랭이 접근합니다. 그는 빅토린의 아버지가 막대한 재산을 가진 부자이니, 유일한 상속인인 빅토린의 오빠만 제거하면 그녀가 상속녀가 될 것이라 말합니다. 보트랭은 외젠이 빅토린을 유혹해 결혼하기만 하면, 자신이 그녀의 오빠를 제거해 주겠다고 합니다. 대신 그는 나중에 큰돈으로 보상해 달라며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죠. 하지만 이미 델핀에게 빠져 있는 외젠은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습니다. 사실 보트랭의 본명은 자크 콜랭입니다. 그는 유명한 탈옥수로서 '불사신'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범죄자였던 것이었죠. 한편, 딸들에 대한 맹목적 사랑에 눈이 멀어버린 고리오는 외젠이 자신의 둘째 딸과 애인 사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합니다. 고리오는 외젠에게 집까지 마련해 줍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트랭이 외젠에게 은밀히 다가와 다음 날 자신이 빅토린의 오빠와 결투를 하게 되었다며, 그를 해칠 것이라고 암시합니다. 그와 공범이 될 생각이 없던 외젠은 고리오와 이를 상의합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이야기를 엿들은 보트랭이 그들에게 몰래 수면제를 먹입니다. 다음 날, 외젠과 고리오는 늦은 시간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납니다. 이미 보트랭은 모든 일을 마치고 돌아와 있었습니다. 곧바로 빅토린의 아버지가 하숙집으로 사람을 보내 빅토린을 데려갑니다. 그리고 보트랭은 오랜 시간 동안 그를 추적해 온 경찰에 의해 체포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됩니다. 얼마 후 나지와 델핀은 그동안 소홀했던 아버지를 찾아옵니다. 두 딸은 큰 위기에 처해있었는데요. 나지는 자기 애인의 막대한 도박 빚을 갚아주다가 남편에게 발각되었고, 델핀은 남편에게 재산 분할을 청구했지만 거절당한 상황이었습니다. 고리오는 두 사위에게 화를 내고 남은 전재산을 딸들에게 줘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고리오는 병에 걸립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려운 생활을 해온 데다 딸들의 위기에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외젠은 병에 걸린 고리오를 극진하게 간호합니다. 그러나 정작 두 딸은 고리오를 찾아오지 않습니다. 결국 고리오는 얼마 못 가 숨을 거두고, 딸들은 장례식조차 참석하지 않습니다. 외젠은 사비를 털어 고리오의 장례를 치르고, 파리 상류 사회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애인인 델핀을 찾아갑니다. 이렇게 소설은 마무리됩니다.

타락한 프랑스 사회에 대한 고발

제가 생각하기에 발자크는 이 작품을 통해 프랑스 사회의 탈락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파리의 상류사회는 기혼자들이 공공연하게 배우자가 아닌 사람들과 연애했습니다. 또한 하층민들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짓밟고, 갖가지 범죄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소설 속 고리오의 두 딸은 아버지의 재산만 물려받고 자식으로서의 도리를 전혀 하지 않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가정의 가치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마디로 19세기 초의 도덕성이 완전히 무너진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는 겁니다. 시골에서 갓 상경한 외젠은 파리 사회를 진흙탕이라고 표현합니다. 발자크의 작품은 결코 세상을 아름답거나 낭만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지 않습니다. 추한 현실의 모습을 사실 그대로 그리고 있죠. 모든 가치 판단을 배제한 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점이 작가를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거장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게 만드는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 장면의 의미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외젠이 고리오의 장례를 마무리 짓고 나서 델핀을 찾아가는 장면입니다. 그러면서 마지막 다짐을 하는데요. 외젠은 파리 생활이 얼마 되지 않아 작품 속 어떤 인물보다도 순수한 사람입니다. 그는 비록 빠른 성공을 위해서 귀부인의 애인이 되지만, 보트랭의 제안을 물리칠 정도로 정의로운 면을 가지고 있죠. 또한 고리오의 딸들을 찾아가 자식 된 도리를 하도록 끊임없이 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의 순수성이 극대화되는 장면은 딸들도 외면하는 고리오 영감을 극진히 간호하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외젠은 여러 사건들을 겪으면서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전통적 가치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것 같습니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비참한 최후를 목격하면서 그의 부성애로 상징되는 전통적 가치의 몰락을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겠죠. 따라서, 외젠의 마지막 다짐은 모든 도덕적 기준을 버리고 출세 지향적 삶을 살겠다는 선전 포고인 셈입니다. 누구보다 순수했던 외젠의 이런 결심이 저에게는 씁쓸한 느낌을 주었는데요. 결론적으로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은 프랑스 사회의 도덕성이 불가역적인 타락의 길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보트랭이라는 인물

보트랭이라는 인물은 참 특이한 인물인 것 같은데요. 처음부터 베일에 쌓여 있던 그는 사실 유명한 범죄자였죠.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추적해 온 경찰에 의해 허무하게 잡혀가지만, 그는 중요한 메시지 하나를 남깁니다. 보트랭이 체포될 때 같이 하숙했던 사람들은 그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끔찍해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보트랭은 당신들이 나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이 말은 사실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진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타락을 보면서 경멸감을 품게 되었을 텐데요. 발자크는 과연 독자들은 이 등장인물들보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낫다고 단언할 수 있겠냐고 묻고 있는 것이죠. 발자크가 작품 속에 보트랭을 등장시킨 이유는 글을 통해 독자들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고리오 영감을 보면서 몇 번이나 놀랐습니다. 마치 현대의 자극적인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인데요. 굳이 의미를 생각하지 않아도 자극적인만큼 재밌는 책이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